마케터 혹은 PM 혹은 커리어로서의 실패경험공유
1) 문제 정의
인테리어는 비싸다.
원인 중 하나는 업체가 영업과 중개를 겸해 마진이 두텁다는 점이라고 봤다.
가설: 고객이 작업자를 직접 선택하면 2~30% 절감 가능하다. 인테리어 단가는 수천만~억 단위라서 이 절감폭은 고객에게 체감 고통을 크게 줄인다.
2) 시장 관찰
이미 작업자를 모은 플랫폼은 많다(대형·스몰 모두).
“작업자 풀만 모이면 이후 비즈니스(자재 판매, 수수료 등)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3) 우리가 가진 자원과 초기 전략
팀은 2명, 개발자 없음.
뾰족한 기능 1개에 집중: 작업물을 모아 보여주는 MVP — 일명 “노가다판 핀터레스트”.
4) 인사이트: 신뢰의 언어는 ‘작업물’
대부분의 작업자는 SNS 운영이 약했고, 고객도 선행 증거를 원했다.
꾸준한 작업물은 곧 실력과 일감의 간접 증거, 신뢰 신호가 된다고 봤다.
5) 거친 온보딩: 손으로 밀고 올렸다
카톡 채널로 현장 사진·영상 받아 대신 업로드.
작업자들은 “언제 노출되나”를 물었지만 풀이 작았다. 직접 만나며 소개 요청, 관계를 쌓았다.
네이버 밴드에서 큰 커뮤니티를 발견, 방장 협조로 홍보글 2~3회 → 유저 수 20~30명 → 100명 단위로 성장.
6) 온보딩 전면 수정
팸플릿 돌렸지만 “우린 글 안 읽는다”는 피드백.
QR(구글폼)만 남기고 가입 절차 삭제.
현장에서 쓰는 ID로 우리가 계정 생성 + 임시 비번 설정, 작업물 대리 업로드 지속.
윤리·보안 이슈 소지 있는 방식이었지만 현장에서 작동했고, 가입자 3~400명대로 확대.
병행 시도: 직업학교·학원·자재상·철물점 등 다채널 리크루팅.
7) 두 번째 문제: 현장관리의 공백
고객이 공정 관리를 어려워함.
작업자 일부는 일정을 불필요하게 늘리기도. 고객은 표준 공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솔루션: 현장소장을 ‘작업자 유형’으로 추가(도배/철거/전기/현장소장).
현장소장비 수백만 원을 지불해도 전체 도급 대비 수천만 원 절감 가능하다는 가정.
실행: 지역별로 현장소장 5명 내외 확보 → 세팅 완료.
8) 운영의 벽: 현금흐름
정부 지원사업(예창·초창·청창사·AI 등) 소진.
“수수료 없는 모델”을 유지할지 갈등.
9) 피벗: 직접 뛰기로
결론: “현장소장이 포인트라면 우리가 직접 뛰며 벌자.”
유명 인테리어 플랫폼들에 입점해 시공·관리 대행 시작.
낮은 수수료 책정(초기 비전 때문). 비용 절감 위해 벽돌·변기 운반, 소규모 시공도 직접.
매출은 발생, 그러나
낮은 수수료 탓에 수익성 취약,
‘작업자–고객 연결’이라는 원래 목표와 점점 멀어짐.
10) 엔딩
내부 갈등으로 조기 퇴사.
대표님은 직접 인테리어를 하며 1년가량 추가 운영.
우리가 배운 것
문제의 결은 여러 층이다
비용(마진)만 줄이면 끝이 아니다. 신뢰(작업물), 운영(현장관리), 현금흐름(모델)이 겹겹이 얽힌다.MVP는 ‘증거’를 쌓아야 한다
현장 사진·영상은 말보다 강했다. 작업물 카탈로그는 시장의 신뢰 언어였다.온보딩은 사용자 환경에서 설계
“가입하세요”보다 “대신 만들어드립니다”가 현장에서는 통했다. 규범적으로 어색할 수 있으나, 현장 친화적 진입로가 필요했다.핵심 가치는 흐트러지기 쉽다
생존형 피벗은 유효했지만, 원래의 미션(직접 연결·비용 절감)에서 멀어지면 지속동력이 줄어든다.수익 모델은 초기에 가설로라도 고정해야 한다
“나중에 자재·수수료”가 아니라, 언제·무엇에서 돈을 받는지를 MVP 단계에서 함께 검증했어야 한다.현장소장은 ‘기능’이 아니라 ‘제품화’ 포인트
표준 공정, 체크리스트, 일정·품질 메트릭, 분쟁 예방 로깅 등으로 상품화했으면 차별점이 선명해졌을 것.
만약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압축 플랜)
북극성 지표: “검증된 작업물 기반 견적 비교 요청 수”
MVP:
작업물 캡처 → 표준화 템플릿 자동 정렬(공정/면적/자재/기간)
현장소장 라이트: 1회 현장 점검·체크리스트 리포트 유료
온보딩: 현장 메시지앱 연동(사진 자동 수집) + 대리 업로드 정식 위임 절차
수익화 가설:
고객 측: 라이트 현장관리(고정가), 분쟁 예방 리포트(건당)
작업자 측: 작업물 포트폴리오 자동화(월 구독), 리드 우선 노출(성과형)
신뢰장치: 공기 예측 범위, 품질 체크포인트, 증빙 사진 타임스탬프 자동 기록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기록은 실패담이지만, 다음 시도에 바로 쓸 수 있는 설계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