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고민: 잘 파는 것과 좋은 영향 사이에서

패션회사 잠깐 있을 때, C레벨이라는 사람은 늘 두 가지였다.
명품, 아니면 친구가 만든 거.
브랜드가 하루에도 수백 개 생겼다 지는데, 기준이 뭐지?
잘 만든 옷이라 치자. 근데 왜 굳이 친구 거일까.
결국 “친분”이 제일 큰 매체인가.
옷의 완성도보다 얼굴의 네트워크가 더 세나.
잘 파는 것 vs 좋은 영향
대개 두 개는 따로 간다. 좋은 영향중에서도 최고는 봉사일 거다.
하지만 봉사는 돈이 안 된다.
요즘 우리가 파는 건 거의 “느낌” 같다.
못 먹은 느낌, 잘 먹은 느낌, 잘 산 느낌.
건기식 카피들 보면 민망할 때 있다.
정작 성분표 보면 가성비 제품 반도 못 미치는데,
사람들이 사는 건 아르기닌이 아니라 “달라졌다는 느낌”인가.
돈이 되면 다 시스템이 된다
낡은 감성은 프랜차이즈의 인테리어 컨셉이 되고,
개인의 먹스타는 스튜디오 라인으로 찍힌다.
웹툰도 분업화. 쇼츠도 공장.
돈 버는 쪽은 늘 돈 쓰는 쪽 위에 앉는다.
그래서 예전 그 감성은 사라진다.
돈이 된다면 뭐든 한다—이 말이 자꾸 입에 남는다.
마케팅 다큐를 보면 CMO들이 가끔 후회한다고 한다.
그 후회마저 파는 시대라서 믿기 어렵다가도,
혹시 나도 나중에 비슷한 말을 하게 되나, 싶다.
지인들이 마케팅 물어보면 아는 선에서 정리해서 주는데,
문득 멈춘다.
그 브랜드가 “정말” 좋은가?
숨은 좋은 브랜드들은 또 얼마나 많나.
왜 꼭 이걸 도와야 하지?
나중에 후회할 장면이 아닐까.
결국 마케터는 “파는 사람”이고,
사고 난 뒤의 “잘 쓰임”을 끝까지 보긴 어렵다.
그래서 철학으로 도망치는 걸까.
옳았는지 아닌지 머릿속 소음이 안 꺼져서.
만약 맡게 된다면, 아주 깊게 얘기하고 싶다.
내가 흠뻑 빠질 정도로 좋아지는 것.
근데 그런 건 대개 돈이 잘 안 된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돈도 잘 되는 건
아마 내 차례까지 안 올 테고.
마케팅을 안 하는 삶
이러다 보니,
내가 마케팅을 정말 잘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마케팅을 안 하는 삶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그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