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랑 커머스의 차이점 (개소리임)

커머스는 ‘오늘의 거래’를, 프로덕트는 ‘오래가는 신뢰’를 설계합니다. KPI와 OKR, SaaS와 CD의 차이로 보는 커머스 vs. IT 프로덕트 — 돈의 시간축이 다른 이유를 깊이 탐구합니다.
프로덕트랑 커머스의 차이점 (개소리임)

1. 같은 돈, 다른 시작: 커머스 vs. IT 프로덕트

둘 다 돈을 받고 뭔가를 건넵니다.
커머스는 오늘 거래가 나야 가치가 생깁니다.
IT 프로덕트는 문제를 꾸준히 풀며 습관을 만듭니다. 그 습관이 신뢰가 되고, 신뢰가 수익 길을 엽니다.


2. “프로덕트”를 넓게 부르자

문제 해결은 다 프로덕트로 보겠습니다. 특히 중후반부부터는 기술이 결합된 프로덕트를 전제로요.

연애가 막막한 사람에게 “외모” 이슈를 푼다고 해봅시다.
대면 퍼스널 컬러, 비대면 채팅 코칭, 사진 기반 코디 추천, 요일별 AI 코디… 다 같은 목표로 향하는 다양한 프로덕트입니다. 방법은 달라도 방향은 같습니다: 문제를 덜어준다.


3. “사람들이 글을 안 읽는다”는 가정

롱블랙과 폴인. 둘 다 구독으로 문제를 풉니다.
롱블랙은 24시간 내 읽기라는 기능적 장치를 뒀습니다. 지나간 글은 ‘샷 추가’로 판매합니다. 기능이 곧 비즈니스 모델을 만듭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문제를 푸는 방식(프로덕트)에서 수익 방식이 태어납니다.
이 지점이 커머스와 프로덕트를 가르는 큰 갈림길입니다.


4. 나이키 vs. 구글

나이키의 1순위는 매출일 겁니다.
구글은 다릅니다. 당장 매출을 최대화하지 않습니다. 검색 경험을 망가뜨리면 결국 신뢰가 무너지고, 장기 수익도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답을 잘 찾게 돕고(AEO), 리텐션을 키우고, 정확한 데이터를 쌓습니다. 그 신뢰와 트래픽, 광고 슬롯이 구글의 프로덕트이자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정리하면:
구글은 “바로 돈”을 택하지 않습니다. “오래 돈”을 택합니다.
커머스와 프로덕트의 차이가 여기서 또 드러납니다.

브랜드 캠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시지가 멋있어도 매출이 안 나오면 접습니다. 나이키의 목표는 문화가 아니라 매출입니다. 문화를 빌려 매출을 만듭니다. (프로덕트도 예외는 아니지만, 목표와 수단의 배치가 다릅니다.)


5. KPI vs. OKR

구글의 1차 목표를 ‘총 검색량’ 같은 방향 지표로 본다면,
일반 기업은 KPI(예측·분업·탑다운)를 말하고,
프로덕트 기업은 OKR(목표·지향·과정)을 말합니다.

  • KPI: “XX% 성장 달성.” 결과 중심.

  • OKR: “매출 증대”라는 목표 아래
    (1) 전환율 개선, (2) 재계약 개선, (3) 유입 증대, (4) 실험…
    과정과 가설을 열어둡니다. 방향을 먼저 정하고, 수치를 따라갑니다.


6. SaaS와 윈도우11 CD는 다른가?

둘 다 소프트웨어지만, 작동 철학이 다릅니다.

  • SaaS: 소유가 아니라 관리. 제공자가 사용량을 보고, 요금제를 나누고, 어뷰징을 막습니다. 진입 문턱은 낮추고, 습관을 만들어 떠나기 어렵게 합니다. 고객이 성장하면 요금도 자연스럽게 커집니다. 가능한 이유는 기술입니다. 계정·서버·데이터·경험 설계가 촘촘합니다.

  • CD: 일회 구매. 설치하면 끝. 관계도, 데이터도, 업데이트도 헐겁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IT 프로덕트를 만든 회사를 스타트업이라 부르고, 그 정의 속에는 늘 혁신적 기술이 따라다닙니다. KPI를 먼저 끌어올린다고 탄탄한 프로덕트가 되지는 않습니다. 기술과 모델이 사용 경험을 바꾸고, 그 경험이 숫자를 끌어옵니다.


7. 결론: 같은 결제, 다른 시간축

  • IT 프로덕트는 무형의 습관을 설계합니다. 잘 만든 습관은 끊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광고든 멤버십이든 수익화는 뒤따릅니다. 그래서 KPI보다 OKR, 그리고 북극성 지표 같은 하나의 방향에 집중합니다. 과정의 품질이 결과를 만듭니다.

  • 커머스는 오늘의 구매가 없으면 가치가 약합니다. 거래는 예측 가능하고, KPI가 중요합니다. 돈을 못 벌면 브랜드가 아니라 동아리입니다.

결국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프로덕트는 경험을 먼저 만들고 수익을 만든다.
커머스는 거래로 수익을 만들고, 그다음 경험을 얹는다.

세상은 요즘 용어를 섞어 씁니다. 플랫폼 정의도 흐려졌고, 커머스도 플랫폼이라 부릅니다. 혼용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깊이 아는 사람이 단어를 섞는 건 다르고, 얕게 섞는 건 다릅니다. 청바지를 살 땐 대부분 색과 핏을 보지만, 제대로 만드는 사람은 리벳, 스티치, 셀비지, 온스를 봅니다. 만드는 쪽은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오래 가려면 깊게 알아야 합니다.

한편으론 프로덕트든 커머스든 돈만 벌면 그만이고, 음식은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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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n년차 마케터 파타과니아